재연 가라사대
지금도 그대로 있을까?
예전에 해남 대흥사, 대웅보전 앞 누각에 희한한 벽화 한쪽이 있었다.
네 다리가 한데로 꽁꽁 묶인 호랑이 한 마리가 노송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그림이었다.
호랑이가 산 짐승을 잡아먹다가 큰스님에게 들켰다고 했다.
큰스님께서 근신을 명하셨다.
“앞으로는 채식만 하거라!”
며칠 후, 허기에 지친 호랑이가 묘수를 생각해냈다.
냇물 속에 꼬리를 담그는 것이었다.
바위 틈에서 가재가 나와 꼬리를 물면 잽싸게 건져내 먹는 맛이 쏠쏠했다.
네 발 달린 짐승도 아니고, 가재쯤은 괜찮겠지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현장에서 붙들린 것이다.
진노한 큰스님께서 불(不)살생의 계율을 범한 호랑이를 칡넝쿨로 묶어 소나무에 매달아버렸다!
큰스님도 참, 토끼한테 삼겹살을 먹으라시지!
-문학동네 데이비드 루리 글 재연 스님 옮김
“달마고양이” 본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