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흥사 천불상(大興寺 千佛像)
대흥사의 천불전(전라남도 유형문화재 48호)에 봉안된 천불상은 경주의 옥석을 가지고 정성스럽게 조각한 정교하고 신비스러운 천개의 불상이다. 천불은 각각 서로 다른 형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으며, 중앙의 삼존불은 나무로 만들어진 목불이다. 대흥사의 유물·유적은 수도없이 많이 있지만 세인의 관심을 끄는 유물은 천불이라 할 수 있다.
천불이란 다불사상(多佛思想)에 근거하여 과거, 현재, 미래의 삼겁(三劫)에 각기 이 세상에 출현하는 부처님이며, 단순히 천불이라 할 때는 현겁(現劫)의 천불을 말한다. 즉 이세상 어느 때나 무한한 부처가 존재하며, 어느 곳에서 누구나 다 부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나타낸 것이 천불의 표현이다.
전설에 의하면 초의선사의 스승인 완호(玩虎)대사가 1813년(순조 13)에 천불전을 중건하고 경주의 옥석으로 조각을 하게 했다. 10명의 조각사가 6년에 걸쳐 완성한 천불을 3척의 배에 나누어 싣고 울산과 부산 앞바다를 지나 해남 대둔사(대흥사)로 향했다.
항해 도중 한 척의 배가 울산진에서 풍랑을 만나 표류하다 일본 장기현(長岐縣)에 밀려갔다.
장기현에서 300여개의 옥불을 실은 배를 발견한 일본인들은 옥불(玉佛)을 보고 서둘러 절을 짓고 옥불을 봉안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불상들이 일본인들의 꿈에 나타나 ‘바닷가에 떠밀린 옥불은 조선국 해남 대둔사로 가는 중이니 이곳에 봉안해서는 안 된다'고 현몽하자 일본인들은 하는 수 없이 옥불을 해남으로 돌려보내면서 그곳에 왔던 옥불상들 밑바닥에 ‘日'자가 새겨 보냈다고 전해진다.
천불전에 봉안된 옥불상은 근세에도 그 영험함을 보였는데 경상도 신도들의 꿈속에 불상들이 현몽하여‘가사를 입혀달라'고 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신도들은 서둘러서 가사를 만들어 입히고 4년 마다 항상 새 가사로 갈아 입히고 있다. 천불상의 헌 가사는 모두 신도들이 가지고 가는데 이 가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근심과 걱정에서 벗어난다고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