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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흥사에 스민 삼독의 기운- 나라사랑글쓰기대회에 관하여

저는 해남대흥사에서 서산대사 제사일에 맞춰 개최한 제20회 나라사랑 글쓰기대회에 우리 학교 희망학생 백여명을 인솔하고 참가한 교사입니다 .

글을 올릴까 말까....망설이다가-. 한편으로는 햄버거 하나 먹고 배고파하는 학생들에게 떡을 주셨던 보살님의 따뜻한 마음을 떠올리며, 또 한편으로는 내년에는 행사를 더 키우겠다는 의욕에 가득하셨던 스님의 얼굴을 떠올리며, 절에서 대중의 형편을 잘 깨닫지 못하게 방치하는 것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오히려 '악업'을 짓는 일이라는 생각에 몇 가지 말씀 올립니다.

 

1. 학생을 위한 나라사랑글쓰기대회라면, 학생들 중간고사가 임박한 때를 피해주실 수 있는지요.

 

4월 이 시기는 학생들의 중간고사가 일주일밖에 남지 않은 시기입니다. 기왕 아이들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방법을 모색하신다면 수업결손 때문에 성적이 우수하고 문학적 재능이 있는 학생들의 참여가 저조하니 교육청과 시기를 조율하여 대회를 개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성장기 아이들의 건강을 고려하여 사찰에서의 패스트푸드를 제공에 대해 다시 고려해 주실 수 있는지요.

 

대회공문에 기념식이 끝나고 원고지와 화선지, 켄트지, 도시락을 운영본부에서 수령해가라 하였습니다.

물품과 도시락을 받으러 가니 제 조그만 햄버거와 캔콜라를 하나씩 주더군요.

저희 학교에서는 야영수련활동 식재료도 친환경제품으로 구입해서 제공했습니다. 영양가는 없고 살만찌는 패스트푸드와 탄산음료를 사찰에서까지 제공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양도 너무 적어 쉽게 배가 고파집니다. 주시려면 맛없어도 김밥이 낫습니다.

햄버거 점심은 교육청에서도 반대했었다고 들었습니다. 간식이 아니라 점심이라면 학교에서도 반대입니다. 낮에 더운 요즘 햄버거는 시간이 흐를수록 식중독 우려도 커집니다. 운영본부에서 미리 나누어준 햄버거를 땡볕아래 갖고 있어야 하는 우리는 햄버거를 받자마자 바로 아이들에게 나누어주었습니다.

 

3. 행사에 참여한 학생들은 잠재적인 불교예비신도입니다. 사찰에서 긍정적이고 편안한 인상을 받도록 스님이 행사참여자를 상대로 시비를 걸지 않도록 부탁드립니다.

 

학생들은 점심으로 햄버거 하나를 받자, 이게 도시락이냐, 배고프다 더 달라 야단이었습니다.

해남교육청 담당장학사님께 “희망학생을 다 받지 말고 예산에 맞게 상한선을 정해서 배고프지 않게 점심을 제공해라. 점심으로서 햄버거는 문제다, 더 준비해 달라”며 항의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통통하신 스님이 오셔서 묻지도 않는데 장학사님 편을 들어 저와 학생들을 꾸짖기도 하고 비아냥거리기도 하며 아래와 같이 말씀하시더군요.

스님하고 언쟁하고 싶지 않고 싶다고 해도 계속-...말입니다.

 

"배고프다고 더 달라고요? 학교에서 급식시간에 학생들을 잘 못 먹였나 봅니다. 잘 좀 먹이세요."

"준비가 부족했다고 하시면 안 되지요. 우리는 이번에 천 명이면 삼 백개를 더 준비했습니다. 준비가 부족한게 아니라 학생들이 많이 먹는 겁니다"

 " 작년에는 김밥을 주었는데 그 때도 천 사백개 했어요. 그런데 많이들 안 먹고 버리고 갔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햄버거로 하게 하려고 한 달이나 걸렸습니다. 햄버거를 미리 나누어주니까 더 달라고 하지요. 이따 점심때 나누어주어야지. 선생님이 잘못해 놓고 준비가 부족하다고 하시면 안 되지요."

 “이 행사하는데 오천만원이 들었습니다. 교육청에서 이천만원, 우리가 삼천만원 들였어요. 애들 배고프다고 달라는 대로 다 주려면 예산이 어디서 나옵니까?”

"그래? 좋아하는 햄버거라 더 먹고 싶다고? 햄버거가 하나에 이천칠백원이다. 그러면 내년에는 너희들이 싫어하는 김밥으로 준비해 줄게",

 

4. 단체를 인솔하고 온 교사들이 학생보호활동을 위해 머무를 장소를 미리 안내하고 마련해주실 수 있는지요.

 

학교에서 단체로 학생을 보내는 경우 반드시 인솔교사가 함께 갑니다.

교사는 학생들의 야외활동 중에는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 일정한 곳에 상주하며 비상대기해야 합니다. 오늘 앉을 곳이 땡볕아래 뿐이라 대여섯 시간을 앉아 있었습니다. 운영본부석에 인솔교사석을 마련해 주시면 대회참가 중 선생님의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나 저희나 더욱 안심할 수 있습니다.

 

깨달음에 이르는 것을 방해하는 三毒. 욕심, 성냄, 어리석음. 대회규모에 대한 욕심,

배고프다는 학생들에게 화냄, 불가의 진리를 잠시 지운 어리석음에서 나왔겠지요. 앞으로 나라사랑글쓰기대회가 참여자를 ‘숫자’로 보는 대회가 아니라, 서산대사님의 고귀한 정신을 기리고 살리는데 동참하는 소중한 중생을 보살피는 행사로서의 이정표가 되기를 마음모아 기원합니다.

 

늘 저를 반성하는 좌우명이기도 한 서산대사의 선시를 실으며 말씀 마칠까 합니다.

踏雪野中去 (답설야중거) : 눈덮인 들판을 갈 때에는

不須胡亂行 (불수호란행)  모름지기 함부로 걷지마라

今日我行跡 (금일아행적) :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취가

遂作後人程 (수작후인정) : 반드시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니

-어리석은 중생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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