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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대사와 선시

  • 임선규
  • 2009-10-08 오후 9:44:38
  • 15,363
  • 메일

서산대사는 한국 선시(禪詩)를 완성한 뛰어난 시인으로, 허균을 비롯한 대가들이 한결같이 그의 시를 찬양하였다. 조선 한시의 비평에 있어 가장 엄정하고 공평한 시평을 한 홍만종(洪滿宗; 1643~1725)은 그의 저서 <소화시평>에서 서산대사의 ‘상추(賞秋, 가을의 노래)’를 소개하면서 “뜻이 오묘하고 호젓한 정취를 나타내고 있다. 스님이 재주가 많다는 말이 어찌 참말이 아니겠는가?”하였다.

                  

                   상추(賞秋)

가을의 풍광 멀리서나 가까이서나 하나같이 기이하니

석양에 휘파람 불며 한가롭게 걷네. 

온 산의 붉고 푸른 아름다운 빛깔,

흐르는 물, 새들의 울음소리 그대로 시를 설하고 있네.


遠近秋光一樣奇(원근추광일양기) 閑行長嘯夕陽時(한행장소석양시)

滿山紅綠皆精彩(만산홍록개정채) 流水啼禽亦說詩(유수제금역설시)


서산대사가 조선후기 선시에 끼친 영향은 절대적이다. 그의 직제자들을 비롯한 선사들의 시문집이 78종에 이른다. 그들은 서산대사의 선시의 맥을 이어 선수행(禪修行)에서 얻은 깨달음의 경지를 시 속에 담아낸 시승(詩僧)들이다. 그의 선시는 초의(草衣)선사, 만해(卍海)선사에게까지도 영향을 주었다. 

                  

                                                             -김형중(명성여고 교법사·문학박사)


대사는 천재 시인이었다. 열 살 때 ‘비낄 사(斜)’와 ‘꽃 화(花)’자 운을 받아 즉석에서 다음과 같은 시를 지었을 정도다.


향기 어린 높은 누각에 해가 기울기 시작하니

천리 강산에 눈이 꽃과 같구나


香凝高閣日初斜(향응고각일초사)

千里江山雪若花(천리강산설약화)”


그리고 출가하기 전, 절에서 공부하던 어느 날, 갑자기 두견새 울음소리를 듣고 선정(禪定)에서 깨어나 말이나 문자로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묘한 진리의 세계를 깨달았다. 얽매어서 답답하던 마음이 확 트이고 환희심이 솟아났다. 이때 심경을 시로 읊었다.


문득 창 밖의 두견새 울음소리 들으니.

눈에 비치는 모든 봄의 산이 내 고향이로구나.


忽聞杜宇啼窓外(홀문두우제창외) 

滿眼春山盡故鄕(만안춘산진고향)

 

또 며칠이 지난 어느 날, 냇가에서 물을 길러 지게에 지고 절로 돌아오는 길에, 멀리 구름에 쌓인 산들을 바라보다가 문득 깨달은 바가 있어 그 깨달음의 심정을 읊었다.


물을 길어 절로 돌아오다 문득 머리를 돌리니

푸른 산이 흰 구름 속에 있네.


汲水歸來忽回首(급수귀래홀회수) 

靑山無數白雲中(청산무수백운중) 


다음은 서산대사의 출가시 화개동(花開洞)과 오도시, 도통시 그리고 임종게이다.

 

      출가시(出家詩)

꽃피는 화개동엔 오히려 꽃이 지고

청학의 둥우리에는 아직 학은 아니 돌아오네.

잘있거라 홍류교 아래 흐르는 물아

너는 바다로 돌아가고 나는 산으로 돌아가련다.


花開洞裏花猶落(화개동리화유락)

靑鶴巢邊鶴不還(청학소변학불환) 

珍重紅流橋下水(진중호류교하수) 

汝歸滄海我歸山(여귀창해아귀산)


       오도시(悟道詩)

머리털은 희었으나 마음은 희지 않았다고

옛 스승님은 일찍이 말씀하셨네.

문득 닭 울음소리를 듣고

대장부의 할 일을 모두 마쳤네.


髮白非心白(백발비심백) 古人曾漏洩(고인증누설)

今聽一聲鷄(금청일성계) 丈夫能事畢(장부능사필)


       도통시(道通詩)

문득 깨달음을 얻어 내 집에 이르니

온 세상의 사물들이 그대로 진리의 세계로다.

깨달은 자에게는 팔만대장경도

원래는 하나의 빈 종이로구나.

 

忽得自家底(홀득자가지) 頭頭只此爾(두두지차이)

萬千金寶藏(만천금보장) 元是一空紙(원시일공지)


       임종게(臨終偈)

천 생각 만 가지 헤아림이

붉은 화로에 한 점의 눈이로다.

진흙소가 물 위를 가나니

대지와 허공이 갈라지는구나.


千思萬思量(천사만사량) 紅爐一點雪(홍로일점설)

泥牛水上行(니우수상생) 大地虛空裂(대지허공렬)
                       

한편 대사가 제자에게 보낸 시가 <청허당집>에 한 수 있다. 처영스님은 전라도에서 의병을 일으킨 서산대사의 큰 제자이다. 처영스님이 대사의 문하에서 공부를 마치고 본산(本山)으로 돌아 갈 때 대사가 그를 전송하면서 지은 시다.


누더기는 희어서 구름이 무색하고

연못은 맑아서 학이 비춰서 한 쌍이 되었구나.

그대가 이 산을 나가면

조각달만 빈 창을 비추겠구나.


衲白雲無色(납백운무색) 潭淸鶴有雙(담청학유쌍)

從師出山去(종사출산거) 片月照空窓(편월조공창)

                                        

 -서산대사 / 김형중 지음


이 밖에 수많은 대사의 주옥같은 시 중 하나를 골라 보았다.


  증별인수선자(贈別麟壽禪子)

금강산 도인이 행장 꾸려 떠나는데

가슴 가득 맑은 바람 옷에는 구름.

새 울고 꽃 지니 봄은 고요하고

저녁노을 산기슭에 가랑비 뿌리네.


金剛道士促裝歸(금강도사촉장귀) 風滿懷中雲滿衣(풍만회중운만의)

啼鳥落花春寂寂(제조낙화춘적적) 夕陽山郭雨霏霏(석양산곽우비비)


한 곡조 피리소리 떠나는 정 슬프고

천리 길 외로운 배 바닷빛 희미하네.

오늘 밤 자네가 쉴 곳이 어디뇨

매화 향기 대 그늘에 달 그림자 내리는 곳.


一聲長笛離亭苦(일성장적이정고) 千里孤帆海色微(천리고범해색미)

今日故人何處宿(금일고인하처숙) 半窓梅竹月依依(반창매죽월의의)

               

               -내가 애송하는 선게(禪偈) / 석정 엮음              


어느날 대흥사 한듬거사회 금요법회가 끝난 후 가진 회식에서 강양원 거사회 부회장님과 서산대사의 유명한 선시 답설야중거(踏雪野中去)의 출처에 대해 이야기 한 적이 있었다. 그 후 인터넷을 뒤지다가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었다.


눈덮인 들판을 건너갈 때에는

아무쪼록 발걸음을 조심할지어다.

오늘 내 발자취가

뒤에 오는 사람의 이정표가 될지어니.


踏雪野中去(답설야중거) 不須胡亂行(불수호란행)

今日我行跡(금일아행적) 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


백범 김구 선생이 즐겨 붓글씨로 썼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즐겨 인용하고 애송하면서 유명해진 이 시는 흔히 서산대사의 시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시는 조선 후기 시인 이양연의 시라고 한다. 이양연(李亮淵, 1771-1853)은 정조, 순조 연간의 문신으로 본관이 전주이고 광평대군의 후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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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양원 2009-10-15 오후 4:46:27 덧글삭제
    덕산 거사님, 고맙습니다. '답설야중거'의 시에 대하여 이 시가 서산대사의 시라 하여 지금 인터넷 까페에도 소개된 것이 있습니다. 그런데 정확한 기록이 없어 의아하였는데 이양언의 시라고 밝혀 주시니 이제야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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